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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면서 한번은 논어 - 제자와 후대들이 기억하는 공자
    문화/책 2022. 11. 21. 09:00
    "잘못이 있는데 고치지 않으면 이것을 잘못이라 한다."   - 「위령공」

     

    학교를 다니곤 할 땐 공자나 논어라는 이름에 대해 많이 듣곤 했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 그냥 유명한 사람이 있다는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었고, 정작 한번도 논어라는 책을 읽어볼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과거에 명심보감이라는 책을 우연히 펴보고는 몇장 제대로 못읽고 버린 기억이 있었기에, 상상만으로도 어렵고 함축적인 말들에 머리만 아프고 잠이 올거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도서관에서 논어나 공자와 관련해 검색을 해서 책이 있는 곳에 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공자와 논어에 관련한 수십권의 책들이 즐비해있었다. 책들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가장 쉬운 만화책은 없나 찾아보고는 우연히 발견했지만 그 책 마저도 뭔가 그림체가 만화같지 않고 보는데 거부감이 들었다.

    그렇게 고르다 집게된 책이 이 책이다. 목차나 일부 내용을 읽어보니 읽기 쉽고 처음 논어를 접하는 나같은 사람 수준에 맞는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보통 책을 몰아서 읽는 편인데, 이 책은 매일 30분정도씩 읽으며 주제들을 곱씹어 보며 읽은듯 하다.

    첫 장에서 내 부족함을 일깨워준 부분은 “내용과 형식”에 관한 것이었다. 은연중에 나도모르게 아니면 내 성격이 겉보다는 속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다이아몬드 원석이 가공을 해야 가치가 높아지고 빛이 난다는 것, 대들보와 서까래, 천사와 악마의 예시에서도 그렇듯이 서로간의 조화에 공감이 가면서도 내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는 걸 느낀다.

    이어서 두번째 장을 보면서는 ‘이름’이라는 단어에 많은 생각을 해보는 시간이었다. 최근에 글로벌 일류 기업들이 가진 사명, 비전 등을 찾아보면서 그들이 왜 그렇게 브랜딩 등의 이름에 신경쓰는지에 관해 이해의 폭이 더 넒어지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밟아온 행실들이 바른 이름(명분)이 있었기에 지금까지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여겨졌다.

    반면, 내용에서 “군자는 이름을 제대로 한 후 말을 순리에 맞게 하며, 말을 순리에 맞게 한 후에는 반드시 실천한다.”라는 멋진 말에 동조를 하면서도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아주 많다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만약에 공자가 말하는 군자들이 넘처나게 된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라는 재밌는 상상도 해본다.

    균형


    한편, 자공이라는 제자가 셋째 장에 언급되면서, 그는 공부가 자기 수양에 그치지 않고 남들을 도울 수 있어야 한다고 믿었고, 그래서 공자에게 자신의 생각이 옮은지 물었다고 한다. 이에 공자는 “중국 고대의 태평성대를 이끌었던 임금들도 하지 못한 일”이라며, 저자는 이를 최상의 목표점에 도달한다는 것이라 말한다.

    그리고 그런 일을 하려는 사람에게 필요한 힘은 남을 일으켜 세울 수 있는 힘이라는 말에 동조가 됐다. 이는 혼자 일어서는 것보다 열 배, 백 배 어려운 법인데도, 보통은 스스로 깨쳤다고 오만하게 남을 깨우치려 들어 세상이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요즘은 모든게 글로벌, 디지털화로 어디서나 배우고 만날 수 있게 되다보니 가까운 곳과 세상이라는 경계조차도 모호해지는 듯한 느낌이다. 세상이 진화하고 발전해도 힘든 이유가 그런것들 때문일까…

    읽으면서 꽤나 특이했던 제목 중 하나가 넷째 장의 ‘큰사람은 큰 그릇이 아니다’라는 말이었다. 보통은 능력이나 도량을 헤아릴 때 아무개가 그릇이 크니, 작니 하며 비유적으로 쓰게 되는데, 공자는 큰 그릇이 되어야 한다고 하지 않고 아예 그릇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추상적인 말을 남겼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저자의 해석이 재밌다. “아직 작은 그릇도 못 되는 주제에 한갓 그릇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객기나 부려서는 안 된다는 말”이었는데, 문장 자체만 보면 너무 가르치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내용의 흐름상으로는 받아들일만 했다. 아니 어쩌면 용처가 분명한 그릇을 가지고 있는데도 그것을 제대로 쓰지도 못하면서 객기를 부리고 있는건 아닐까라고 스스로 생각해보게 돼서 일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장쯤에서는 내가 평소 잘못 알고 있던 것을 배우는 계기가 됐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은 “지나친 것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인데, 나 또한 “지나친 것이 미치지 못한 것만 못하다.”로 자주 풀이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평소 성격이 신중함이 과해서 선택 장애가 자주 오는 편이라면 책의 내용을 참고해서 왠만하면 딱 두번만 생각해보고 결정하는 연습을 해봐도 좋을 것 같다.

    책을 처음 집었을 때부터 읽는 동안 내내 공자의 일생은 어떠했을까라는 궁금증도 생겨나고 있었는데, 마침 저자가 책의 마지막에 그 부분과 공자의 제자들도 잘 요약해 정리해 주셔서 아주 감사하게 느껴졌다. 덕분에 다른 자료들도 검색해보게 됐었고 공자라는 사람에 대해서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던 시간이었다.

     


    만족한 점: 인간 공자에 대한 접근과 그가 추구한 일관성.
    아쉬운 점: 공경하되 멀리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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