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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상헌의 생산적 책읽기 -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화/책 2022. 9. 19. 09:00
    "책읽기는 깨닫고 실천하는 것이 핵심"


    살면서 처음으로 독서 아카데미라는 것에 참여해봤다. 5개의 주제가 있었고, 첫 번째가 “삶을 환기시키는 질문하기”였다. 별 기대 없이 앉았는데, 의외로 재밌는 강의였다. 그렇게 첫 강의를 듣는 동안 중간에 작가님의 이야기 중 자신이 쓴 책을 소개해주셨는데, 마침 최근에 관심 있던 주제인 데다 도서관에 있어 바로 빌려보았다.

     


    책을 꽤나 많이 읽어왔다고 생각했었만 최근 들어 책을 읽는 것에 회의감이 생기기 시작했었다. 책을 읽고 나서 다시 그 책의 제목을 떠올렸을 때 기억에 남는 게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최근 유튜브 하나를 보고서는 그 이유를 알게 되어 좋았지만 뭔가 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돌이켜보면 그 부분도 곧 깨달았었지만 확신하진 못했었다.

     


    “책이라는 이름 때문에 우리는 종종 책이 원초적 욕망과 거리가 멀다고 여기지만 그게 함정이다.”


    스스로 책 읽기라는 함정에 빠져있었다. 마치 책을 많이 읽으면 그만큼 많은 지식과 지혜가 내 것이 될 거라는 욕망을 가졌던 것 같다. 여태까지 읽었던 책 중 50% 가까이가 자기 계발과 관련한 책인걸 확인했을 때, 그리고 도서관에 갈 때마다 매번 책 욕심이 무럭무럭 생기는 걸 느끼면서 내가 현재 그렇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대학생이 되기 전까지 원하는 책을 읽은 적은 거의 없다. 학교 숙제로 독후감을 써야 하거나, 부모님이 사주시거나, 친구들이 추천하는 판타지 소설 몇 권을 읽어봤던 게 다였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왜 그런지도 모르고 파도에 떠밀려 다니는 수동적 행위인 ‘표류'였다.

    하지만 대학생 때 시간이 갑자기 넘쳐흐르기 시작하면서 주로 남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그냥 갔던 곳이 도서관이었다. 도서관을 둘러보다 맘에 드는 제목이 있거나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집어서 보다 보니 어느 순간 책 읽는 게 익숙해졌다. 자신을 찾기 위해서 스스로 떠돌아다니는 과정인 ‘방랑'이었고, 운이 좋게도 좋아하는 일을 찾아 취업까지 됐었다.


    반면에, ‘목적'을 가지고 책을 읽은 것은 얼마 되지 않았었다. 여태까지의 기억과 기록을 종합해보니 5%도 되지 않는 것 같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물음에 목적을 답할 수 있는 책들이 손꼽을 정도니까. 방랑의 시간이 상당히 길었다는 게 이제야 보인다. 생각이 많은 성격도 한몫한 듯하다. 

    도서관을 출퇴근하듯이 드나들고 일주일에 책 한 권씩 읽는다면 무조건 좋을 거고 그 책의 내용이 내 것이 될 거라는 것은 ‘오만'이었다. 책읽기에 목표 없이 그저 열심히 하면 알아서 성장할 것이라는 함정에 빠져있었던 것이다. 주변에서 수 없이 보고 듣고 느꼈는데 왜 나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을까.

     


    “인생은 B와 D사이의 C다" - 장 폴 사르트르


    작가님이 책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와 관련해 강의를 하시며 장 폴 사르트르의 명언 하나를 적으셨었다. 분명 들어본 말이었고 수강생 중 한 명은 자신이 좋아하는 문구였는지 따라 말하며 생색을 내기도 했지만, 나에겐 단지 괜찮은 명언이라는 것 외에 당시 별로 와닿는 건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선택은 두 가지 성질을 가진다’는 것으로 바라보니 그 명언이 다르게 보였다. ‘선택을 하지 않는 것 자체가 이미 또 다른 선택(소극적 선택)'이라는 말이었다. 살아오며 해온 수많은 선택들을 다시 한번 돌이켜보게 만들었다. 적극적인 선택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내 인생을 주도하고 바꿨음은 틀림이 없었다.

    결국 ‘책을 읽어도 남는 게 없다’라는 생각이 들며 내가 책읽기에 실패의 이유는 ‘실천'이라는 선택을 하지 않고 '미루기'라는 선택을 했음에 있었다.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이유인데도 빨리 많은 것을 배우려는 의욕이 앞서다 보니 당연한 걸 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때엔 마치 책이라는 존재 자체에 과하게 빠져서 길을 헤매다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은 느낌이었다.

     

    마지막 장쯤에 '준비'라는 의미와 어느 스승과 제자의 사례를 들며 ‘필요한 때에 필요한 방식으로 필요한 것을 주는 것이 훌륭한 가르침’이라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사람과 달리 책이라는 스승은 우리가 준비되어 있는지를 모른다. 결국 수많은 책 가운데서 필요한 만큼만 전해주는 좋은 책을 얻고 싶다면, 생산적 책읽기가 가능하도록 스스로 변화하며 안목을 늘려야 하지 않을까.

     

     

    만족한 점: 주제마다 연결된 독서광의 독서노트.
    아쉬운 점: 세상에 공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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