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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자라기 애자일로 가는 길 - 방법론이 먹히지 않는 이유문화/책 2022. 8. 7. 09:00
어떤 기술적 실천법이라도 그걸 현실에서 적용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자본과 기술이 필요하다.
애자일이란 말을 수도 없이 보고 들었지만 모호한 부분들이 참 많았는데, 이 책으로부터 많은 걸 정리할 수 있게 된거 같아 기쁘다.
함께 자라기 애자일로 가는 길 경력이 10년인 개발자와 2년인 개발자의 개발 생산성은 얼마나 차이가 날까? 꽤나 많이 날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걸 보고는 많이 놀랐다. 다른 여러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최소한도의 경험치만 넘어가면 둘의 상관성은 생각보다 낮다는 것이었다.
1만 시간의 법칙을 예시로 들며 이야기하는 부분이 재밌었다. "우리는 하루 세 번 3분씩 이를 닦는데, 다섯 살부터 닦았을 것이고 죽기 전까지 닦을 것인데 왜 나이 들었다고 이 잘 닦는 사람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을까?" 이 문장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내 어릴적 경험 때문이다. 어릴 적 이를 열심히 깨끗하게 닦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치과에 가서 보니 이가 다 썩어서 신경치료까지 해야됐던 잊을 수 없는 기억이었다.
그 때 간호사 선생님께 질문을해서 이 닦는 법에 대한 피드백을 몇 번 받았는데, 그 이후로 내가 잘못한 부분을 정확히 알게되어 이 후 이가 썩어서 치과 갔던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를 직업 경력에 대입해본다면, 의도적으로 자신의 약점을 개선하려는 수련을 하지 않았다는 것과 피드백을 받지 못하며 같은 일만 하며 경력만 쌓아가다가는, 매일 이 닦는 생활과 별로 다를게 없을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소룡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인물인데 책에서 언급했을 때 또 한번 웃음이 나왔다. 결투 신청을 한 상대를 쓰려트려 승리했지만, 3분안에 쓰러트리지 못한 자신을 보며 화가났다는 것이었다. 즉 자신의 실력과 상대의 난이도가 맞지 않음 때문인데, 이에 관해 '미하이의 몰입이론'이란 도표를 통해 두려움이나 지루함을 벗어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해주어, 개인 스스로뿐만 아니라 팀장같은 관리자의 입장에서도 도움이 되는 설명을 해주셨다.
반면 사회적 자본과 기술을 보면서 난 전문가가 되려면 한참 멀었구나라는 생각에 과거의 나를 반성했다. 가족이나 친구뿐만 아니라 팀원간의 소통이 잘 되지 않는 상황이나 신뢰가 깨어진 상태같이 사회적 맥락이 나쁜 상황에서, 타개책으로 특정한 기술적 측면에만 매몰되어 해결하는 경우 어떠한 기술적 실천법이라도 실패하게 되어있다는 것.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 한편, 코로나 이후 원격으로 작업하는 환경이 늘어나면서 원할한 소통과 업무를 위해 팀원들간에 정보 공유의 중요성이 자주 언급되곤 했었다. 그런데 책에서 공유 조건별 신뢰도 변화 실험부분을 보며 공유를 안하니만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과 내가 그런식으로 했었다는 것에 대해 또 한번 뼈를 맞는다.
게다가 저자의 뼈아픈 경험담을 통해 객관의 개념 자체가 얼마나 주관적일 수 있는지 예시를 들어주시는데,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일지는 몰라도 상당히 몰입하며 봤었다. 물론 MBTI를 예시로 넣어 설명해주신 것도 이해하는데 한몫 했다.
구글의 탁월한 팀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도 팀원들이 서로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자신의 일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와 심리적 안전감의 중요성에 관해 강조를 하지만, 이 모든 것 이전에 일상에서의 변화(마이크로 인터렉션)가 생기고 신뢰가 쌓이는 것이 우선임을 알려줌으로써 '함께'라는 것의 기본이 무엇인지 자각하게 해주신다.
2부 마지막에는 프로젝트의 성공에 대해 확률을 가져오셨는데, 모든 개발자가 90%의 확률로 안심을 하고 있지만 전체 프로젝트 입장에서는 마감일에 맞출 확률이 동전 던지이기에서 앞면이 나올 확률보다 안 나온다는 것에 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특정 버그를 찾아낼 확률 같은 것들을 수치로 직접 보다보니 애자일을 잘 적용됐을 때 얼마나 큰 차이가 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애자일에 대한 핵심적인 내용은 짧은 분량이지만 앞서 '자라기'와 '함께'부분에 대한 맥락적 이해가 있어서인지 확실히 와닿는다. 어떤 도구나 방법론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사람(고객 참여, 나의 변화 등)이다. 불확실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이 기본을 잊고 사는 건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만족한 점: 적당한 책 두께, 이해가 쏙쏙 되고, 술술 읽히는게 재밌다.
아쉬운 점: 개발자 친화적 예시(는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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